[한줄요약] 폭염 속 프랑스 사회를 갈라놓은 에어컨 설치를 둘러싼 문화적 저항과 정치적 대립.
2026년 7월 7일자 기사 기준,
프랑스가 또 한 번의 폭염을 맞이하며, 지난 6월에 이어 동일한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 '왜 프랑스는 에어컨을 켜지 않는가?'

최근 파리 인근 리들(Lidl) 매장 앞에서는 에어컨 구매를 위해 몰려든 인파로 인해 몸싸움과 압사 위기까지 발생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프랑스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은 약 24%에 불과하며, 이는 이웃 국가인 이탈리아의 5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학교 현장 또한 심각하다. 단 7%의 학교만이 에어컨을 갖추고 있으며, 폭염으로 인해 수업이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실 온도가 치솟아 수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에어컨은 단순히 가전제품 그 이상이다. 그것은 '추하고, 시끄러우며, 미국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또한 냉방된 공기가 건강에 해롭다는 오랜 믿음과 함께, 파리의 상징인 오스만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규제도 강력한 저항의 근거가 된다.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하는 것은 역사적 경관을 보호하려는 법규와 건물 공동 소유주의 승인 문제로 인해 매우 까다롭다.
이 문제는 이제 정치적 전장으로 번졌다. 극우 진영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학교와 병원에 에어컨을 보급하기 위한 대규모 국가 계획을 주장하며 가장 강력한 찬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좌파 진영은 의견이 갈린다. 녹색당은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일부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프랑스 굴복하지 않는(LFI)의 장뤼크 메랑숑은 에어컨 설치가 오히려 더 큰 해를 끼칠 것이라 경고한다.
환경적 논쟁도 뜨겁다. 에어컨 사용이 에너지 소비를 늘려 기후 변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프랑스의 전력 생산 구조는 원자력을 포함한 저탄소 에너지 비중이 95%에 달한다. 따라서 다른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비해 탄소 비용은 현저히 낮다. 결국 문제는 에어컨의 유무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된 기후 위기의 증상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다.